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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2008.7)
    혼자놀기 2008. 7. 28. 17:18

    한놈만 살아남았던가?

    요즘은 많은 분들께서--재미있는 영화를 보고나면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영화를 같이 본 친구나 애인과 소감을 나누거나, 마음에 들었던 장면이나 아쉬웠던 장면, 영화의 단점 등을 의견으로 교환하며 시간을 보내시곤 합니다.혼자 보셨다면 최소한 인터넷에 들러 평점이나 한줄평 정도는 확인하셨겠지요.

    오늘 적을 이 <놈,놈,놈> 역시 다른 영화들처럼 <좋은점> 만큼의 <나쁜점>, <이상한점> 이 공존하는 영화입니다.

    영화소감들을 쭉 접하다보니..단점을 드러내며 '디워'수준의 영화로 깎아내리는 분이 계신가 하면(이건 아닌 거 같은데.. 직접 디워랑 비교해볼려니 좀 막막한듯), 장점을 치켜세우며 높은 점수를 주는 분들도 계시고.. 이제 웬만한 분석이나 비평은 다 나온 듯 하여, 이번에는 길게 쓰지않고 기억에 남는 점이나 보기에 불편했던 점, 마음에 들었던것 위주로 간단하게 적어볼까 합니다.

    1. 좋은 점

    김지운 감독의 영화는 볼만합니다. 무심코 보면 그렇지 않은 영화가 어디 있겠습니까마는, 그의 앞선 다른 영화와 마찬가지로 이 영화 <놈,놈,놈> 역시 풍부한 볼거리로 관객의 눈을 즐겁게 해주는 요소들이 있습니다. 최소한 관객의 수준을 낮게 잡은 영화는 아니라는 것이지요.

    일단은 설정과 소재의 특이함을 좋은점이라 보고 싶습니다.

    <놈,놈,놈> '만주 웨스턴 액션' 또는 '김치 웨스턴'이라고도 불리는, 만주를 배경으로 한 서부극이라는 독특한 장르를 '한국영화' 라는 그릇에 넘치지 않게 잘 담아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영화가 이제 이런거도 하는구나' 하는 느낌을 준다는것은, 그만큼 이 영화가 상당부분 기존에 없거나 하기 힘들었던 시도를 했다는 것이고, 그 시도가 '무리였다' 가 아닌 '볼만하다'는 평을 들었다는것은 다소 침체되어 있던 한국영화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음으로 연출.

    이 영화는 감독의 예전작품인 '달콤한 인생'에서 부분적으로 느낄 수 있었던 것처럼, 흥미로운 카메라 연출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같은 장면이면 등장인물이 좀더 멋있게 화면에 잡히도록 애쓴 듯한 흔적을 계속해서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정우성의 옷자락이 날리는 장면은 마치 '아주 좋은 수동 디지털카메라로 모든 설정값이 완벽한 상태에서 찍은 멋있는 사진' 이라고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추격전을 위에서 내려가며 잡아주는 연출도 인상적이었구요.

    윤태구(송강호)가 주점에서 탈출하는 장면에서, 대나무 봉이 구부러졌다가 탄성으로 인해 관객들이 있는 쪽을 향해 다시 펴지는 연출도 기억에 남습니다.

    여러가지로 관객들이 영화 내용을 쫓아가다가 지치지 않도록, 다양한 각도에서의 카메라와 다양한 연출을 시도한점이 돋보입니다.

    그외 주연들의 개성을 반영한 스타일리쉬한 의상과 액션 연출도 만족스러웠습니다.(알고 계실지 모르겠으나... 저는 개폼 스타일리쉬 매니아입니다.)

    또 하나, 화면 색감이 좋았습니다.

    건조하고 황량한 느낌이 나야 하는 장면에선 거기에 맞는 색을 살리고, 좀더 등장인물의 얼굴과 대사에 집중해야 하는 장면에는 어둡거나 화사한 색감을 살려주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음악입니다.

    라틴풍의 느낌이 나는 오프닝을 시작으로, 서부극과 일제강점기 만주의 황량한 분위기--어느쪽도 죽이지 않으면서 장면에 잘 섞여들어가는 배경음악들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2. 나쁜 점

    이 영화에는 제목대로 세 놈이 등장합니다. 박도원(정우성), 박창이(이병헌), 윤태구(송강호)가 그들이지요.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 놈'이라는 제목 자체가 과거 어떤 서부영화의 오마쥬에 불과했다면 모르겠으나, 어쨋든 주연 세놈(?)은 '좋은놈 나쁜놈이상한 놈' 이라는 제목이 갖는 그 느낌을 연기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습니다.

    영화를 보면 물론 셋다 멋있고 잘나가는 놈이라는건 알겠는데, 결과적으로 다 비슷한 유형의 인물입니다.

    나라가 없으면 돈이라도 있어야지

    가장 문제가 정우성과 이병헌입니다. 송강호가 총구에서 발사된 총알이라면, 나머지 둘은 그 총알을 따라 뿜어져 나오다가 흩어져 버리는 연기(smoke)같다는 느낌입니다.

    이병헌이 조금 더 싸이코패스적인 모습을 보이긴 하나, 영화 내에서의 역할은 정우성과 이병헌이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

    지금 다시 장면들을 떠올려 보면...이 둘이 있었기에 영화의 전체적인 내용이 균형있게 진행되었다는 생각도 듭니다만, 그들이 어떻게든 이끌고 간 영화의 스토리조차 이 둘을 확실히 끌어들이질 않습니다.

    이야기가 한참 지나고 나서야 '손가락 귀신' 이라는 이야기로 둘을 엮어놓습니다만, 그것이 세명의 '놈' 들이 같은 무게감이 느껴지는 '목적'을 가지고 보물지도가 가리키는 장소에 모였다는것을 뒷받침 하기엔 매우 부족한 설정입니다.

    내가 그걸 잊을수 있을것 같아?

    3. 이상한 점

    영화는 굳이 진행에 도움이 되지 않는 장면들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편집이 잘못되었다고 하기엔 그 비중이 큽니다.

    예를 들어 '아편굴 탈출장면' 같은 경우, 송강호의 몸개그를 보이기 위한 장치일 뿐 <놈, 놈,놈>이라는 영화 타이틀에 그리 어울리는 장면도 아니고, 그렇다고 영화속의 특정인물로 이야기의 중요도가 옮겨갈 정도로 흐름을 바꿔놓는 장면도 아닙니다.

    한마디로, 있어서 나쁠 건 없는데 왜 넣었는지 의문을 갖게하는 장면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그 유명한 '추격씬' 이전에, 보물이 있는 장소를 향해 달려드는 여러 무리들(?)의 근황을 정리하는 장면들을 하나씩 내보내는데, 차라리 이 장면들에 시간을 좀더 나눠주는게 더 낫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귀시장에서의 총격전과 마적단이 보물을 찾아 헤메는 장면도 너무 관객들에게 많은 설명을 하려고 애쓰는 군더더기 장면들이 가득합니다.

    아싸 ㅋㅋㅋ

    '다양한 볼거리 제공'이라는 측면에서 생각하면 나쁘진 않지만, 이러한 문제들이 있다고 해도, 시간이 제한된 상영관에 걸리는 영화인 만큼 편집으로 어느정도 극복할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놈, 놈,놈>은 관객들에게 너무 많은것을 보여주려고 하다가 오히려 중요한걸 놓치게 합니다.

    4. 그럼에도 볼만하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재미있습니다. 글의 앞부분에서 적었듯이, 일단 '아주 멋있다' 는 느낌이 드는 영화입니다.
    영화를 볼때 연출이나 화면빨(?)을 즐기는 분이라면 보기에 편하실 것 같습니다. 내용을 따라가며 이야기를 즐기는 분이라면 조금 아쉽겠지만요.

    너무 간단하게 적었네요. 이상 좋은 점은 없고 나쁜점 이상한 점만 가득한 영화소감을 마칩니다.

    송강호를 제외하면 가장 많은 볼거리를 제공한 창이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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