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속쓰려서 컴퓨터도 켜놓고 그냥 누워서 쉬고 있는데 마침 하고있길래 봤다.
오늘 EBS에서 "다큐프라임: 인간과 고양이 "편을 한다는건 알았는데, 몸도 안좋고 일도 많아서 볼 수 있을거라고는 생각 안했다...근데 쉬자고 마음먹으니 갑자기 생겨나는 시간 -_-
1. 다큐프라임 이야기
이 방송은 늘 보는건 아닌데 볼때마다 사람을 놀라게 한다. 내가 본것들중 최고는 '인간의 두 얼굴' 편이었다.
경차 타는 사람을 무시하는 사람들 이야기가 나올땐 완전 깜놀 -_-;;; 사람이 사람을 단 몇초만에 평가한다는것의 무서움;;;
인간이 어떤 사회문제나 갈등을 직접 겪게되면 말보다 감정이 앞서서 자기 말만 하다가 판단을 그르치는 경우가 많은데, 다큐프라임은 이런 것들을 의식한 장치들이 방송 내용에 어색하지 않게 잘 녹아있다. 그 장치들이란게, 문학적 수식어로 꾸며진 나레이터의 목소리도 있고, 감성을 자극하는 아름다운 음악과 영상인 경우도 있으나, 결과적으로 이것은 주제로 다루고 있는 문제에 쉽게 가질 수 있는 인간의 편견과 감정적인 것들을 제거해 나가는 기능을 한다. 제작자의 섬세함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이런 시도는 결과적으로는 주제를 주제 그 자체로 받아들이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두 얼굴' 편이나 '인간과 개' 편, 그리고 어제 방송된 '인간과 고양이' 편에는 '있는 그대로 보라. 그렇다고해서 감정적일 필요는 없다. 어쨋거나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건 인간이니까.' 라는 메시지가 공통적으로 깔려있다.
2. '인간과 고양이' 편이야기
어제 했던 '인간과 고양이' 편은 '인간과 개' 편이랑 비슷할거라고 생각했는데, 직접 보니 또 여태까지의 다큐프라임이랑은 다른 느낌이었다. 예전보다 소설책을 읽는듯 문학적인 느낌의 해설이 강화되어 있었고, 아름답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한 영상들도 좋았고, '인간에게 배신감을 느끼지만 원망은 하지 않는' 고양이 입장에서의 진행은 훌륭했지만, 왠지 사람이 끼어들어 생각할 틈을 주지 않는 느낌이었다. 고양이에 대한 편견을 하나 둘 정리해 나가는건 기존의 방식과 다를게 없었으나, 문제를 문제로 인식할 만한 틈을 주지 않았다. 2부작이라서 그런지... '오늘은 일단 보기만 합시다' 하는 자막을 띄워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특히 포획되어 온 고양이를 철장 안에 넣어두었다가, 그 중 병든 새끼 한 마리를 약으로 안락사 시키는 장면에서는 소설과도 같은 해설('~ 하늘이 보이지 않습니다~ 마지막 숨을 넘깁니다' 로 진행되는 해설) 때문인지는 몰라도, 현실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아마 그 장면을 보면서 평소에 포획된 유기동물이 보호소에 간 이후 어떻게 되는지 관심이 없었던 평범한 다수의 시청자들은 그것이 실제로 일어나는 일인지, 저 새끼는 어떻게 저렇게 안락사에 이르게 되었는지 아리송했을지도 모르는 장면이었다.
2부작이라고 하니 오늘 방영분에서도 이런 방식의 진행을 이어갈지, 아니면 기존의 다큐프라임처럼 사람이 끼어들 틈을 열어두어 차분히 문제를 대할 수 있도록 배려할지 궁금해진다. 오늘은 회식이나 잔업이 없어야 할텐데... -_-